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시집[게 눈 속의 연꽃],1990) =====================================================================
상상플러스에 박진영이 나와서 중간에 읽었던 시 인데.. 너무 좋길래.. 찾아봐야지 하다가 찾아 봤는데 역시 네이버님은 준비하고 계셨더군..
처음 들었을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에 먼저 나간 남자가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풍경이 떠올랐었는데.. 두번째에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안쓰런 남자의 심경 같기도 하고.. 연말인 요즘에는 여자친구 가 없는 불쌍한 남자가 생애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을 이야기 하는 것 같기도 하구만..
기다리는 마음을 알거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겐 자신의 심경과 희망과 기대 그리고 실망을 공감할수 있게 하는 아주 좋은 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기다림이, 그 애리는 기다림이라는 것이 참으로 능동적이게도 다가가는 일이라는 소박하지만 큰 위로를 주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